조리개와 아웃포커스
인물 사진에서 배경이 크림처럼 녹아내리는 '아웃포커스', 풍경 사진에서 앞의 꽃부터 먼 산까지 모두 또렷한 '팬포커스'. 둘의 차이를 만드는 주인공이 조리개입니다. 조리개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이지만, 사진가가 조리개를 돌리는 이유는 대부분 밝기보다 심도 때문입니다.
- F값이 '초점거리 ÷ 구멍 지름'이며 숫자가 작을수록 구멍이 크다는 것을 안다.
- 피사계 심도를 바꾸는 네 요인(조리개, 거리, 초점거리, 센서 크기)을 구분한다.
- 보케의 모양이 조리개 날개와 관련 있음을 이해한다.
- 너무 조이면 회절로 오히려 흐려진다는 것과 렌즈의 '최적 조리개'를 안다.
F값의 정체
렌즈 안에는 여러 장의 얇은 금속 날개가 겹쳐 만든 구멍이 있습니다. 이 구멍이 조리개(Aperture)이고, 사람 눈의 동공처럼 크기가 변합니다. 구멍 크기는 mm가 아니라 F값(F-number)으로 표시합니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표기할까요? 같은 지름의 구멍이라도 초점거리가 길면(망원) 상이 크게 퍼져 어두워지기 때문입니다. F값으로 표기하면 렌즈 종류와 상관없이 같은 F값 = 같은 밝기가 됩니다. 24 mm 광각의 f/4와 400 mm 망원의 f/4는 구멍 지름이 6 mm와 100 mm로 전혀 다르지만, 센서에 닿는 빛의 밝기는 같습니다. 그래서 노출 계산이 렌즈와 무관해집니다.
조리개 날개 들여다보기
피사계 심도: 또렷해 보이는 범위
렌즈는 한 거리에만 정확히 초점을 맞춥니다. 그 앞뒤의 물체에서 온 빛은 센서 위에 점이 아니라 작은 원으로 퍼집니다. 이 원을 착란원(Circle of Confusion)이라 하는데, 원이 충분히 작으면 우리 눈은 여전히 '선명하다'고 느낍니다. 이렇게 선명해 보이는 앞뒤 범위가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 DoF)입니다.
심도 가상 카메라
시뮬레이터에서 확인했듯이 심도를 바꾸는 요인은 네 가지입니다.
| 요인 | 심도가 얕아지는(배경이 더 흐려지는) 방향 | 체감 크기 |
|---|---|---|
| 조리개 | 열수록 (f/8 → f/1.8) | F값에 거의 비례 |
| 피사체까지 거리 | 가까울수록 | 거리의 제곱에 비례 — 가장 강력 |
| 초점거리 | 길수록(망원) — 같은 거리에서 | 강함 |
| 센서 크기 | 클수록 — 같은 화각·같은 F값에서 | 크롭 팩터에 비례 |
보케: 흐림의 '질'
흐려진 부분의 모양과 느낌을 일본어에서 온 말로 보케(Bokeh)라고 합니다. 특히 배경의 작은 불빛이 흐려지면 조리개 구멍 모양 그대로 빛망울이 됩니다. 조리개를 활짝 열면 날개가 렌즈 밖으로 숨어 동그란 망울이, 조이면 날개 수만큼 각진 다각형 망울이 생깁니다.
빛망울 모양 실험실
너무 조이면 흐려진다: 회절과 최적 조리개
심도를 깊게 하려고 f/22까지 조이면 모든 것이 최고로 선명할까요? 아닙니다. 1장의 바늘구멍처럼, 구멍이 작아지면 빛이 구멍 가장자리에서 퍼지는 회절이 커져 사진 전체가 살짝 뿌옇게 됩니다. 반대로 최대 개방에서는 렌즈 설계의 한계(수차)가 드러나 조금 무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렌즈는 최대 개방에서 2~3스톱 조인 f/5.6~f/8 근처에서 가장 선명합니다.
렌즈 선명도 곡선과 확대 비교
센서 크기와 '등가 조리개'
스마트폰 메인 카메라의 f/1.8은 풀프레임 f/1.8과 같을까요? 밝기(노출)는 같습니다. 같은 F값이면 센서 단위 면적당 빛은 같으니까요. 하지만 배경 흐림과 전체 빛의 양은 다릅니다. 작은 센서는 같은 화각을 얻으려고 짧은 초점거리를 쓰고, 그러면 같은 F값이라도 실제 구멍 지름이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 카메라 | 실제 초점거리 | F값 | 크롭 | 35 mm 환산 화각 | 심도 기준 등가 F값 |
|---|---|---|---|---|---|
| 풀프레임 + 50 mm | 50 mm | f/1.8 | 1.0 | 50 mm | f/1.8 |
| APS-C + 35 mm | 35 mm | f/1.8 | 1.5 | 52 mm | f/2.7 |
| 1형 컴팩트 | 18.5 mm | f/1.8 | 2.7 | 50 mm | f/4.9 |
| 스마트폰 메인(1/1.3형) | 6.9 mm | f/1.8 | ≈ 3.5 | 24 mm | ≈ f/6.3 |
그래서 스마트폰으로는 광학적으로 배경을 크게 흐리기 어렵고, 대신 깊이를 추정해 소프트웨어로 흐리는 '인물 모드'를 씁니다(15장).
핵심 정리
- F값 = 초점거리 ÷ 구멍 지름. 작을수록 구멍이 크고 밝다. 같은 F값이면 어떤 렌즈든 노출이 같다.
- 피사계 심도는 조리개(열수록 얕음), 거리(가까울수록 얕음), 초점거리(길수록 얕음), 센서(클수록 얕음)로 정해진다.
- 배경을 날리려면 피사체와 배경 사이 거리도 벌려야 한다.
- 점광원의 흐림은 조리개 모양을 닮는다. 조이면 날개 수만큼 각진 빛망울이 된다.
- 너무 조이면 회절로 전체가 뿌예진다. 렌즈의 최적 조리개는 보통 f/5.6~f/8. 작은 픽셀일수록 회절이 먼저 보인다.
확인 퀴즈
100 mm 렌즈를 f/4로 설정했다. 조리개 구멍(입사동)의 지름은?
배경을 더 흐리게 만드는 방법이 아닌 것은?
60 MP 풀프레임 카메라로 f/22에서 찍은 사진이 f/8보다 전체적으로 덜 선명해 보였다. 주된 원인은?
스마트폰(크롭 ≈ 3.5)의 f/1.8 사진과 비슷한 배경 흐림을 풀프레임으로 얻으려면 대략 어떤 F값을 쓰면 될까? (같은 화각·같은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