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3

조리개와 아웃포커스

인물 사진에서 배경이 크림처럼 녹아내리는 '아웃포커스', 풍경 사진에서 앞의 꽃부터 먼 산까지 모두 또렷한 '팬포커스'. 둘의 차이를 만드는 주인공이 조리개입니다. 조리개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이지만, 사진가가 조리개를 돌리는 이유는 대부분 밝기보다 심도 때문입니다.

F값의 정체

렌즈 안에는 여러 장의 얇은 금속 날개가 겹쳐 만든 구멍이 있습니다. 이 구멍이 조리개(Aperture)이고, 사람 눈의 동공처럼 크기가 변합니다. 구멍 크기는 mm가 아니라 F값(F-number)으로 표시합니다.

$$N = \frac{f}{D}$$
\(N\): F값, \(f\): 초점거리(mm), \(D\): 렌즈 앞에서 본 조리개 구멍의 지름(입사동, mm). 50 mm 렌즈에서 지름이 25 mm면 f/2, 6.25 mm면 f/8이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표기할까요? 같은 지름의 구멍이라도 초점거리가 길면(망원) 상이 크게 퍼져 어두워지기 때문입니다. F값으로 표기하면 렌즈 종류와 상관없이 같은 F값 = 같은 밝기가 됩니다. 24 mm 광각의 f/4와 400 mm 망원의 f/4는 구멍 지름이 6 mm와 100 mm로 전혀 다르지만, 센서에 닿는 빛의 밝기는 같습니다. 그래서 노출 계산이 렌즈와 무관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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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 날개 들여다보기

날개 수
구멍 지름 D—
최대 개방 대비 빛—
최대 개방 대비—
F값이 커질수록(조일수록) 구멍이 작아지고 날개가 만든 다각형 모양이 드러납니다. f/1.4 → f/2는 한 스톱, 빛이 절반입니다. 초점거리를 바꾸면 같은 F값이라도 실제 지름이 달라지는 것도 확인해 보세요.
"밝은 렌즈"의 뜻렌즈 이름의 "50mm F1.4"에서 F1.4는 그 렌즈가 열 수 있는 가장 큰 구멍(최대 개방)입니다. 최대 개방 F값이 작을수록 '밝은 렌즈'라 부르며, 어두운 곳에서 빠른 셔터를 쓸 수 있고 배경을 더 흐릴 수 있지만 크고 비쌉니다. 줌렌즈의 "F3.5-5.6"은 광각 쪽에서 f/3.5, 망원 쪽에서 f/5.6까지 열린다는 뜻입니다.

피사계 심도: 또렷해 보이는 범위

렌즈는 한 거리에만 정확히 초점을 맞춥니다. 그 앞뒤의 물체에서 온 빛은 센서 위에 점이 아니라 작은 원으로 퍼집니다. 이 원을 착란원(Circle of Confusion)이라 하는데, 원이 충분히 작으면 우리 눈은 여전히 '선명하다'고 느낍니다. 이렇게 선명해 보이는 앞뒤 범위가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 DoF)입니다.

조리개 열림 (f/2) 센서: 빨강은 큰 원으로 번짐 조리개 조임 (f/8) 센서: 빨강의 번짐이 작아짐 먼 점초점
그림 3-1. 초점이 맞은 점(청록)은 조리개와 상관없이 한 점에 모인다. 초점이 어긋난 점(빨강)은 광선 다발의 폭이 조리개 지름에 비례하므로, 조이면 번짐 원이 작아져 심도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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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 가상 카메라

센서
심도 앞 경계—
심도 뒤 경계—
심도 깊이—
과초점 거리—
사진을 클릭하면 그 위치에 초점을 맞춥니다. 아래 막대는 위에서 내려다본 장면(인물 2.5 m, 벤치 6 m, 전구 14 m, 숲 40 m)과 선명한 범위(초록)입니다. 막대를 드래그해도 초점이 움직입니다. 센서를 바꿀 때는 같은 화각을 유지하도록 초점거리를 자동으로 바꿉니다.

시뮬레이터에서 확인했듯이 심도를 바꾸는 요인은 네 가지입니다.

요인심도가 얕아지는(배경이 더 흐려지는) 방향체감 크기
조리개열수록 (f/8 → f/1.8)F값에 거의 비례
피사체까지 거리가까울수록거리의 제곱에 비례 — 가장 강력
초점거리길수록(망원) — 같은 거리에서강함
센서 크기클수록 — 같은 화각·같은 F값에서크롭 팩터에 비례
배경을 확 날리는 실전 요령① 조리개를 최대로 연다. ② 피사체에 다가간다. ③ 망원 쪽으로 줌한다(85~135 mm). ④ 피사체를 배경에서 멀리 떨어뜨린다. 마지막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배경이 피사체 바로 뒤 벽이면 f/1.4로도 별로 안 흐려지지만, 50 m 떨어진 숲이면 f/4로도 충분히 녹습니다.
과초점 거리초점을 어떤 거리 \(H\)에 맞추면 심도의 뒤 경계가 무한대에 닿고, 앞 경계는 \(H/2\)까지 내려옵니다. 이 \(H\)가 과초점 거리(Hyperfocal Distance)입니다. $$H \approx \frac{f^2}{N\,c}$$ 풍경 사진에서 앞의 바위부터 먼 산까지 모두 선명하게 하고 싶을 때 쓰는 기법입니다. \(c\)는 허용 착란원으로 풀프레임에서 보통 0.03 mm를 씁니다.

보케: 흐림의 '질'

흐려진 부분의 모양과 느낌을 일본어에서 온 말로 보케(Bokeh)라고 합니다. 특히 배경의 작은 불빛이 흐려지면 조리개 구멍 모양 그대로 빛망울이 됩니다. 조리개를 활짝 열면 날개가 렌즈 밖으로 숨어 동그란 망울이, 조이면 날개 수만큼 각진 다각형 망울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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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망울 모양 실험실

조리개 날개
렌즈 설계에 따라 빛망울 가장자리가 밝은 '비눗방울' 보케, 가운데가 밝은 '부드러운' 보케가 됩니다. 원형 조리개 날개(곡선 날개)를 쓴 렌즈는 조금 조여도 망울이 둥글게 유지됩니다.

너무 조이면 흐려진다: 회절과 최적 조리개

심도를 깊게 하려고 f/22까지 조이면 모든 것이 최고로 선명할까요? 아닙니다. 1장의 바늘구멍처럼, 구멍이 작아지면 빛이 구멍 가장자리에서 퍼지는 회절이 커져 사진 전체가 살짝 뿌옇게 됩니다. 반대로 최대 개방에서는 렌즈 설계의 한계(수차)가 드러나 조금 무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렌즈는 최대 개방에서 2~3스톱 조인 f/5.6~f/8 근처에서 가장 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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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선명도 곡선과 확대 비교

센서 화소 피치
회절 번짐(에어리 원반)—
수차 번짐(가상 렌즈)—
합친 번짐 ÷ 픽셀—
곡선의 가장 낮은 지점이 최적 조리개입니다. 화소가 작은 센서일수록 회절이 일찍 보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대부분이 f/1.5~f/2.4 고정 조리개인 이유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조일 수 있게 만들어도 회절 때문에 화질이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f/16이 필요할 때회절은 '살짝 뿌연' 정도이고, 심도가 모자라 앞이 흐린 것은 '확 흐린' 것입니다. 앞뒤 모두 선명해야 하는 풍경이라면 회절을 감수하고 조이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f/22 이상은 꼭 필요할 때만 쓰세요. 또, 조일수록 센서 위의 먼지가 또렷한 점으로 찍힙니다.

센서 크기와 '등가 조리개'

스마트폰 메인 카메라의 f/1.8은 풀프레임 f/1.8과 같을까요? 밝기(노출)는 같습니다. 같은 F값이면 센서 단위 면적당 빛은 같으니까요. 하지만 배경 흐림과 전체 빛의 양은 다릅니다. 작은 센서는 같은 화각을 얻으려고 짧은 초점거리를 쓰고, 그러면 같은 F값이라도 실제 구멍 지름이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N_\text{등가} = N \times \text{크롭 팩터}$$
배경 흐림(심도)과 사진 전체의 노이즈를 비교할 때 쓰는 값. 노출 계산에는 그대로 \(N\)을 쓴다.
카메라실제 초점거리F값크롭35 mm 환산 화각심도 기준 등가 F값
풀프레임 + 50 mm50 mmf/1.81.050 mmf/1.8
APS-C + 35 mm35 mmf/1.81.552 mmf/2.7
1형 컴팩트18.5 mmf/1.82.750 mmf/4.9
스마트폰 메인(1/1.3형)6.9 mmf/1.8≈ 3.524 mm≈ f/6.3

그래서 스마트폰으로는 광학적으로 배경을 크게 흐리기 어렵고, 대신 깊이를 추정해 소프트웨어로 흐리는 '인물 모드'를 씁니다(15장).

핵심 정리

  1. F값 = 초점거리 ÷ 구멍 지름. 작을수록 구멍이 크고 밝다. 같은 F값이면 어떤 렌즈든 노출이 같다.
  2. 피사계 심도는 조리개(열수록 얕음), 거리(가까울수록 얕음), 초점거리(길수록 얕음), 센서(클수록 얕음)로 정해진다.
  3. 배경을 날리려면 피사체와 배경 사이 거리도 벌려야 한다.
  4. 점광원의 흐림은 조리개 모양을 닮는다. 조이면 날개 수만큼 각진 빛망울이 된다.
  5. 너무 조이면 회절로 전체가 뿌예진다. 렌즈의 최적 조리개는 보통 f/5.6~f/8. 작은 픽셀일수록 회절이 먼저 보인다.

확인 퀴즈

100 mm 렌즈를 f/4로 설정했다. 조리개 구멍(입사동)의 지름은?

D = f/N = 100/4 = 25 mm.

배경을 더 흐리게 만드는 방법이 아닌 것은?

F값을 키우면(조이면) 심도가 깊어져 배경이 더 선명해진다.

60 MP 풀프레임 카메라로 f/22에서 찍은 사진이 f/8보다 전체적으로 덜 선명해 보였다. 주된 원인은?

조리개를 많이 조이면 회절 번짐(에어리 원반)이 픽셀 여러 개 크기로 커진다. 화소가 많을수록 더 일찍 드러난다.

스마트폰(크롭 ≈ 3.5)의 f/1.8 사진과 비슷한 배경 흐림을 풀프레임으로 얻으려면 대략 어떤 F값을 쓰면 될까? (같은 화각·같은 거리)

등가 F값 = 1.8 × 3.5 ≈ 6.3. 폰의 f/1.8은 밝기로는 f/1.8이지만 심도로는 풀프레임 f/6.3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