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

노출과 노출 삼각형

사진이 너무 밝거나 어둡게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 센서에 들어간 빛의 양이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빛의 양'을 노출이라 부릅니다. 카메라에는 노출을 조절하는 손잡이가 세 개 있고, 셋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같은 밝기라도 전혀 다른 사진이 나옵니다.

노출 = 양동이에 물 받기

센서의 각 픽셀은 빛을 받는 작은 양동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사진이 보기 좋은 밝기가 되려면 양동이를 '적당히' 채워야 합니다. 덜 차면 어둡고(노출 부족), 넘치면 하얗게 날아갑니다(노출 과다).

SIMULATOR

빛 양동이 채우기

받은 물(빛)—
ISO 배율 적용 후—
결과—
해볼 것: 조리개를 한 칸(1/3스톱) 넓히면 물줄기가 굵어집니다. 셔터를 그만큼 짧게 하면 받은 물이 같아집니다. ISO를 올리면 물은 그대로인데 눈금이 확대되어 '찬 것처럼' 보입니다. 이 차이가 5장에서 노이즈의 정체로 이어집니다.
ISO는 빛을 늘리지 않는다조리개와 셔터는 실제로 센서에 들어가는 빛의 양을 바꿉니다. ISO는 이미 받은 신호를 증폭할 뿐입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노출(exposure)은 조리개와 셔터가 정하고, ISO는 그 노출을 '어떤 밝기로 보여 줄지'를 정합니다. 하지만 결과 사진의 밝기에는 셋 다 똑같이 작용하므로 흔히 셋을 함께 '노출 삼각형'이라 부릅니다.

스톱: 빛의 공통 화폐

세 손잡이의 눈금은 단위가 다 다릅니다. 조리개는 f/2.8, 셔터는 1/250초, ISO는 400. 이걸 한꺼번에 계산하기 위해 사진가들은 스톱(Stop)이라는 공통 단위를 씁니다. 1스톱 = 빛이 2배(또는 절반)입니다.

1스톱씩 밝아짐 →
조리개 (F값)f/16f/11f/8f/5.6f/4f/2.8f/2
셔터 (초)1/10001/5001/2501/1251/601/301/15
ISO100200400800160032006400

셔터와 ISO는 숫자가 2배씩 변하니 직관적입니다. 조리개만 1.4배씩 변하는 이유는 F값이 구멍의 지름에 관한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빛의 양은 구멍의 면적(지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면적을 2배로 하려면 지름을 \(\sqrt{2} \approx 1.4\)배 해야 합니다. 그리고 F값은 지름의 '역수'라서 숫자가 작을수록 구멍이 큽니다(3장).

카메라 다이얼은 1/3스톱 단위대부분의 카메라는 다이얼 한 칸이 1/3스톱입니다. 그래서 f/2.8 → f/3.2 → f/3.5 → f/4, 1/250 → 1/320 → 1/400 → 1/500처럼 사이 값이 있습니다. "세 칸 = 1스톱"만 기억하면 어떤 카메라든 암산이 됩니다.

스톱으로 생각하면 계산이 덧셈이 됩니다. 조리개를 2스톱 열고(f/8 → f/4), 셔터를 2스톱 빠르게(1/125 → 1/500) 하면 노출은 그대로입니다. 이렇게 한쪽에서 늘린 만큼 다른 쪽에서 줄여도 같은 노출이 되는 성질을 상반 법칙(Reciprocity)이라 합니다.

노출 삼각형: 같은 밝기, 다른 사진

세 손잡이는 밝기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각자 '부작용'을 남깁니다. 조리개를 열면 배경이 흐려지고, 셔터를 느리게 하면 움직이는 것이 흐르며, ISO를 올리면 노이즈가 생깁니다. 아래 가상 카메라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해 질 녘 공원에서 인물을 찍고 있고, 뒤로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SIMULATOR

노출 삼각형 가상 카메라

밝기 맞추기 담당
노출—
배경 흐림—
자전거 움직임—
노이즈—
해볼 것: '셔터 자동'을 고른 뒤 조리개를 f/1.4에서 f/16까지 움직여 보세요. 밝기는 그대로인데 배경 선명도와 자전거 흐름이 함께 변합니다. 'ISO 자동'에서 셔터를 1/4000으로 올리면? 자전거는 멈추지만 노이즈가 늘어납니다.
조리개 ↔ 심도열수록(작은 F값)밝아지고 배경이 흐려진다. 인물·접사에 유리, 풍경은 조여서.
셔터 ↔ 움직임빠를수록어두워지고 움직임이 멈춘다. 느리면 흐름·손떨림.
ISO ↔ 노이즈높을수록밝아지지만 거칠어진다. 빛이 부족할 때 마지막 수단.

그러니 노출을 정하는 순서는 보통 이렇습니다. ① 이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이 무엇인지 정한다(배경 흐림? 움직임 정지?). ② 그 표현을 담당하는 값을 먼저 고정한다. ③ 나머지로 밝기를 맞추고, 그래도 모자라면 ISO를 올린다. 6장에서 배울 조리개 우선(A)·셔터 우선(S) 모드는 이 과정을 카메라가 반쯤 대신해 주는 것입니다.

같은 노출 세 장 비교

아래 세 장은 모두 정확히 같은 노출(EV 10, ISO 100 환산)입니다. 조합만 다릅니다.

SIMULATOR

등가 노출 갤러리

셋 다 사진 전체 밝기는 같습니다. 왼쪽은 배경이 녹아내리고, 가운데는 자전거가 흐르며, 오른쪽은 모든 것이 멈췄지만 거칩니다. '정답'은 없고, 무엇을 보여 주고 싶은지가 정답을 정합니다.

EV: 장면의 밝기를 숫자로

조리개와 셔터의 조합 하나하나를 한 숫자로 요약한 것이 EV(Exposure Value, 노출값)입니다.

$$\mathrm{EV} = \log_2 \frac{N^2}{t}$$
\(N\): F값, \(t\): 셔터 시간(초). f/1 · 1초가 EV 0이고, EV가 1 오르면 받는 빛이 절반(1스톱 어둡게)이 된다. ISO 100 기준으로 장면에 맞는 EV를 그 장면의 '밝기'로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f/8 · 1/125초는 \(\log_2(64 \times 125) \approx 13\)이므로 EV 13입니다. f/5.6 · 1/250초도 EV 13, f/11 · 1/60초도 EV 13입니다. 같은 EV = 같은 노출입니다. 그리고 장면마다 '적정 EV'가 대략 정해져 있습니다.

EV (ISO 100)장면예시 설정
16한여름 해변, 눈밭의 맑은 날f/16 · 1/250
15맑은 날, 순광f/16 · 1/125 (써니 16)
13엷은 구름, 밝은 그늘f/8 · 1/125
11흐린 날, 해 질 무렵f/4 · 1/125
8밝은 실내, 야간 경기장f/2 · 1/60
5가정집 거실(저녁)f/2 · 1/8 또는 ISO 1600 · 1/60
3야경, 네온 거리f/1.4 · 1/4
−3 ~ −6보름달 아래 풍경, 은하수f/2.8 · 20초 · ISO 3200
SIMULATOR

써니 16 계산기

날씨
기준 조리개—
기준 셔터 = 1/ISO—
내 조리개일 때 셔터—
써니 16 법칙: 맑은 날 순광이면 f/16에서 셔터 속도 = 1/ISO. 흐리면 조리개를 한 스톱씩 엽니다(f/11, f/8, f/5.6…). 노출계가 없던 필름 시절의 어림법이지만, 지금도 카메라 노출이 맞는지 검산하는 데 유용합니다.

핵심 정리

  1. 노출은 센서에 들어간 빛의 양이다. 조리개(양), 셔터(시간)가 실제 빛을 정하고 ISO는 증폭으로 밝기를 맞춘다.
  2. 1스톱 = 빛 2배. 셔터·ISO는 숫자 2배, 조리개는 F값 1.4배(√2)가 1스톱이다. 다이얼 한 칸은 보통 1/3스톱.
  3. 한쪽을 n스톱 밝게, 다른 쪽을 n스톱 어둡게 하면 노출은 같다(상반 법칙).
  4. 같은 노출이라도 조합에 따라 심도·움직임·노이즈가 달라진다. 표현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로 밝기를 맞춘다.
  5. EV = log₂(N²/t). 맑은 날은 EV 15 근처, 실내는 5~8. 써니 16: 맑은 날 f/16, 1/ISO초.

확인 퀴즈

f/4 · 1/250 · ISO 200과 같은 노출이 아닌 것은?

f/2.8은 f/4보다 1스톱 밝고, ISO 400도 1스톱 밝다. 합쳐서 2스톱 과다. 나머지는 모두 ±0이다.

조리개를 f/8에서 f/5.6으로 바꾸면 들어오는 빛은?

F값은 지름에 반비례하므로 8/5.6 ≈ 1.43배 지름, 면적은 그 제곱인 약 2배. 1스톱이다.

달리는 아이를 또렷하게 멈추고 싶은데 실내라 어둡다. 가장 먼저 고정해야 할 값은?

가장 중요한 표현이 '움직임 정지'이므로 셔터 속도를 먼저 정하고, 조리개를 최대한 연 뒤, 모자라는 밝기는 ISO로 채운다.

맑은 날 ISO 200으로 f/8을 쓰고 싶다. 써니 16 법칙으로 구한 셔터 속도는?

기준은 f/16 · 1/200. f/8은 2스톱 밝으니 셔터를 2스톱 빠르게: 1/200 → 1/400 →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