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

플래시와 빛

사진(photo-graph)은 말 그대로 '빛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빛을 어떻게 받을지 배웠다면, 이 장에서는 빛을 만들고 다루는 법을 배웁니다. 플래시는 어두울 때 켜는 비상등이 아니라, 원하는 곳에 원하는 양의 빛을 더하는 도구입니다.

빛의 질: 크기와 방향

그림자의 경계가 칼처럼 또렷한 빛을 딱딱한 빛(Hard Light), 경계가 부드럽게 번지는 빛을 부드러운 빛(Soft Light)이라 합니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빛의 밝기가 아니라 피사체에서 본 광원의 크기입니다. 한낮의 태양은 엄청나게 크지만 너무 멀어서 작은 점처럼 보이므로 딱딱하고, 흐린 날은 하늘 전체가 광원이 되어 부드럽습니다. 같은 소프트박스도 가까이 둘수록 커 보여 부드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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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원의 크기와 방향

크기를 키우면 그림자 경계(밝음과 어둠의 경계선, 터미네이터)가 넓게 번집니다. 방향 0° = 카메라 옆 정면광(그림자 없음, 납작함), 45° = 렘브란트·루프 라이팅(입체감), 90° = 측광(반쪽만 밝음, 극적), 135° 이상 = 역광(윤곽만 빛남). 카메라 위 내장 플래시가 '납작한' 사진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서 보입니다.
빛을 부드럽게 만드는 법① 광원을 크게: 소프트박스, 우산, 디퓨저. ② 광원을 가까이. ③ 벽이나 천장에 반사(바운스)시켜 큰 반사면을 광원으로. ④ 창가의 커튼 너머 빛. 바운스는 외장 플래시의 헤드를 천장으로 돌리는 것만으로 되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벽·천장 색이 빛에 묻어난다는 점만 주의).

역제곱 법칙: 거리 2배, 빛은 1/4

작은 광원에서 나온 빛은 사방으로 퍼지므로, 거리가 2배가 되면 같은 빛이 4배 넓은 면적에 퍼져 밝기는 1/4(2스톱 어둡게)이 됩니다. 이것이 역제곱 법칙(Inverse Square Law)입니다.

$$E \propto \frac{1}{d^2}$$
\(E\): 피사체가 받는 빛의 세기, \(d\): 광원과의 거리. 1 m → 2 m는 −2스톱, 1 m → 1.4 m는 −1스톱.

플래시 사진에서 앞사람은 하얗게 날아가고 뒷사람과 배경은 까맣게 묻히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반대로 광원을 멀리 두면 앞뒤 거리 차이의 비율이 작아져 고르게 비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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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로 단체 사진 찍기

세 사람은 1 m 간격으로 서 있고, 뒤로 벽이 있습니다. 플래시를 가까이 두면 줄마다 밝기 차이가 크고, 멀리 두면(광량은 올려서) 고르게 됩니다. 아래 막대는 각 줄이 받은 빛의 스톱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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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넘버 계산기

빛이 닿는 최대 거리—
가이드 넘버(GN) = 거리(m) × F값 (ISO 100, 최대 출력). GN 36인 플래시로 f/4이면 9 m까지 적정 노출입니다. ISO를 4배 올리면 GN은 2배(√4)가 되고, 출력을 1/2로 줄이면 GN은 1/√2배가 됩니다. 내장 플래시는 GN 6~12, 외장 플래시는 30~60 정도입니다.

동조 속도와 고속 동조(HSS)

플래시의 섬광은 1/1000~1/20000초로 아주 짧습니다. 4장에서 보았듯 셔터가 빠르면 두 막 사이의 좁은 틈(슬릿)이 센서를 훑고 지나가므로, 그 짧은 섬광 순간에는 센서의 일부만 열려 있습니다. 센서 전체가 동시에 열리는 가장 빠른 셔터 속도를 동조 속도(Sync Speed)라 하며, 보통 1/160~1/250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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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 속도를 넘기면?

플래시 모드
동조 속도(1/250)보다 빠르게 하면 섬광 순간에 후막이 이미 센서 일부를 가려 사진 아래쪽(센서 기준)에 검은 띠가 생깁니다. HSS는 플래시를 아주 빠르게 여러 번 깜박여 슬릿이 지나가는 동안 계속 비추므로 띠가 없지만, 한 번에 터뜨리는 것보다 출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한낮에 f/1.4로 배경을 흐리면서 플래시를 쓰고 싶을 때 HSS나 ND 필터를 씁니다.

선막 동조와 후막 동조

어두운 곳에서 셔터를 느리게(예: 1/4초) 하고 플래시를 함께 쓰면, 주변광으로는 흐르는 잔상이, 섬광으로는 또렷한 모습이 한 장에 겹칩니다. 섬광을 셔터가 열리자마자 터뜨리는 것이 선막 동조(기본값), 닫히기 직전에 터뜨리는 것이 후막 동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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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자전거 + 슬로 싱크

섬광 시점
자전거는 오른쪽으로 달립니다. 선막 동조에서는 또렷한 모습이 출발점에 찍히고 잔상이 앞쪽으로 뻗어, 마치 뒤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후막 동조에서는 또렷한 모습이 도착점에, 잔상이 뒤에 남아 자연스러운 속도감이 납니다.

한낮의 플래시: 필 플래시

플래시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의외로 밝은 낮입니다. 해를 등진 인물, 모자 챙 아래 그늘진 눈, 창가 역광처럼 배경과 얼굴의 밝기 차이가 클 때, 약한 플래시로 얼굴만 살짝 밝히면(필 플래시) 배경도 얼굴도 살릴 수 있습니다. 7장의 다이내믹 레인지 문제를 '조명으로' 푸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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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역광 + 필 플래시

플래시를 끈 상태(맨 왼쪽)에서 창밖이 날아가지 않게 노출을 맞추면 인물이 어둡습니다. 플래시 광량을 올려 보세요. 인물(2 m)은 밝아지고, 더 먼 벽(5 m)은 역제곱 법칙 때문에 조금만 밝아지며, 창밖 풍경은 그대로입니다. 너무 세게 하면 '플래시 터뜨린 티'가 납니다. 보통 주변광보다 1~2스톱 약하게(−1 ~ −2 EV)가 자연스럽습니다.
TTL과 플래시 노출 보정요즘 플래시는 촬영 직전 약한 예비 섬광을 쏘아 반사광을 재고 출력을 자동으로 정합니다(TTL). 결과가 너무 밝거나 어두우면 카메라 노출 보정과 별도로 '플래시 노출 보정(FEC)'으로 플래시 몫만 조절합니다. 카메라 노출 보정은 배경(주변광)을, FEC는 피사체(플래시광)를 맡는다고 기억하세요.

핵심 정리

  1. 피사체에서 본 광원이 클수록 빛이 부드럽다. 가까이, 크게, 반사시키면 부드러워진다.
  2. 빛의 방향이 입체감을 만든다. 정면광은 납작하고, 45° 측면광은 입체적이다.
  3. 역제곱 법칙: 거리 2배 → 빛 1/4(−2스톱). 가이드 넘버 = 거리 × F값.
  4. 동조 속도보다 빠른 셔터에서는 검은 띠가 생긴다. HSS는 띠 없이 쓰지만 출력이 약하다.
  5. 슬로 싱크는 후막 동조가 자연스럽다. 한낮 역광에는 필 플래시로 얼굴만 살린다.

확인 퀴즈

같은 소프트박스를 인물에게서 2 m에서 1 m로 옮기면?

피사체에서 본 광원이 커져 부드러워지고, 역제곱 법칙으로 (2/1)² = 4배 밝아진다.

GN 40(ISO 100) 플래시를 ISO 400에서 쓴다. f/8일 때 최대 거리는?

ISO 4배 → GN × √4 = 80. 거리 = 80 / 8 = 10 m.

동조 속도가 1/200인 카메라로 1/1000에 일반 플래시를 썼다. 결과는?

1/1000에서는 슬릿만 열려 있어, 짧은 섬광 순간에 센서 일부만 빛을 받는다. HSS 모드가 필요하다.

밤에 달리는 아이를 1/4초 + 플래시로 찍어 잔상이 '뒤에' 남게 하려면?

후막 동조는 노출이 끝날 때 섬광으로 또렷한 모습을 찍으므로, 그 전까지의 잔상이 진행 방향 뒤에 남는다.